트렌드 로레알은 왜 올라플렉스에 소송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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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색 볼에 소량을 섞는 병이 있다. 올라플렉스(Olaplex)다. 이 병 하나를 두고 재판 당시 직원이 서른 명이 안 된다고 보도된 회사와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éal)이 4년 반 동안 법정에서 다퉜다.

시작은 소송이 아니라 인수 제안이었다.
화학자의 차고에서 나온 병
올라플렉스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에서 시작했다. 회사를 세운 사람은 딘 크리스털(Dean Christal)이고, 분자를 만든 사람은 UC 샌타바버라의 화학 교수 크레이그 호커(Craig Hawker)와 같은 학교 박사과정 출신인 에릭 프레슬리(Eric Pressly)다. 미국화학회 주간지는 이 성분이 프레슬리의 차고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핵심 성분의 이름은 비스아미노프로필 디글라이콜 디말리에이트다. 회사와 특허 자료의 설명에 따르면 탈색이 끊은 이황화 결합 자리를 다시 잇는다. 2014년 6월 살롱 전용으로 나온 1번 제품 '본드 멀티플라이어'는 살롱에서 입소문으로 퍼졌다고 전해진다. 그해 11월부터는 로레알 계열 유통사 살롱센트릭을 통해서도 팔렸다.
2015년, 인수 이야기가 오갔다
2015년 로레알과 올라플렉스는 인수를 논의했다. 올라플렉스는 소장에서 로레알이 그에 앞서 호커와 프레슬리를 데려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비밀유지계약을 맺었다. 재판 기록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5월 19일 회의에서 올라플렉스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특허 출원서와 재무 자료, 제품 기술 자료를 로레알에 건넸다. 계약은 이 자료를 인수 검토에만 쓰도록 정하고 있었다.
협상은 그해 가을 끝났다. 인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레알의 제품 세 가지
그 뒤 로레알은 세 브랜드로 탈색 보호 제품을 내놓았다.
| 브랜드 | 제품 |
|---|---|
| 로레알 프로페셔널 | 스마트본드 |
| 레드켄 | pH-본더 |
| 매트릭스 | 본드 얼팀8 |
올라플렉스는 소장에서 이 제품들을 자사 제품의 모방품이라고 불렀다. 번호가 붙은 단계별 키트라는 점, 탈색제에 섞는 1단계가 있다는 점, 성분 구성이 닮았다는 점을 들었다. 로레알은 주장에 근거가 없고 특허도 무효라고 맞섰다. 재판에서는 2015년 5월 회의보다 앞선 2014년부터 스스로 개발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두 나라에서 열렸다
2016년 11월 올라플렉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와 허위 광고를 이유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을 거두고 2017년 1월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여기서는 특허 침해에 더해 영업비밀 침해와 비밀유지계약 위반을 함께 다퉜다. 영국에서도 2016년부터 특허 소송이 진행됐다.
쟁점이 된 기술은 올라플렉스의 핵심 성분 자체가 아니었다. 탈색 과정에 말레산을 쓰는 방법이었다. 로레알 제품에는 말레산이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올라플렉스가 이겼다
영국. 2018년 6월 고등법원은 스마트본드가 올라플렉스 쪽 영국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허 청구항 1번부터 10번까지는 무효로 봤지만, 고친 11번 청구항은 유효하고 침해됐다고 했다. 2019년 11월 항소법원은 로레알의 항소를 기각했다. 로레알이 항소심에서 내세운 선행 기술 가운데에는 한국 특허도 있었다. 법원은 염색에 관한 그 특허의 내용을 탈색에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봤다. 2020년 6월 영국 대법원이 로레알의 상고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영국에서 스마트본드 판매 금지가 시행됐다고 올라플렉스 쪽 법무법인은 밝혔다.
미국. 특허 침해는 재판에 앞서 판사가 먼저 인정했다. 2019년 8월 12일 델라웨어 배심원단은 영업비밀 침해와 계약 위반을 인정하고, 특허 침해가 고의였다고 봤다. 배심원단이 정한 배상액은 모두 합쳐 약 9,130만 달러다. 올라플렉스 쪽 변호사는 최종 변론에서 이 사건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빗댔다고 전해진다. 평결 직후인 2019년 8월 1심 법원은 로레알 제품의 판매를 막는 명령을 내렸다. 2020년 3월에는 손해배상액을 줄이고 변호사 비용과 이자를 더해 약 6,617만 달러를 판결로 정했다. 판매 금지 명령은 2021년 3월 항소법원에서 먼저 취소됐다.
여기까지는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이긴 이야기였다.
2021년 5월, 판결이 뒤집혔다
2021년 5월 6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심 판결의 대부분을 뒤집었다.
영업비밀 침해와 계약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다. 항소법원은 탈색에 말레산을 쓴다는 내용이 앞서 공개된 다른 특허들에서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어서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사업 자료는 계약이 허용한 범위에서 쓰였다고 했다. 시험 방법과 실패 사례 같은 나머지 주장은 무엇이 비밀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로레알이 그것을 썼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했다.
특허 침해 부분은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재판하도록 돌려보냈다. 그 사이 미국 특허심판원은 소송에 쓰인 특허 두 건 가운데 한 건은 소송에서 다툰 청구항을 무효로, 다른 한 건은 세 개를 뺀 나머지를 무효로 판단했다. 다시 다툴 수 있는 범위는 청구항 세 개로 줄었다.
비밀이라고 믿었던 내용이 이미 공개된 특허에 있었다.
끝은 합의였다
항소심 판결 약 2주 뒤인 2021년 5월, 두 회사는 합의했다고 델라웨어 법원에 알렸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영국에서는 올라플렉스가 특허 침해를 인정받았다. 미국에서는 1심에서 이겼지만 항소심에서 대부분 뒤집혔고, 다시 재판하기 전에 합의로 끝났다. 영업비밀 침해와 계약 위반에 대해서는 항소법원이 로레알의 손을 들어 줬다. 미국에서 결론 없이 남은 것은 특허 침해 여부다.
그 뒤의 올라플렉스
올라플렉스는 2021년 9월 30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2026년에는 독일의 헨켈(Henkel)이 주당 2.06달러, 약 14억 달러에 회사를 인수했다. 본드 빌더는 그 사이 여러 회사가 내놓는 제품군이 됐다.
보여 주기 전에 지킬 것을 정한다
이 소송은 큰 회사끼리의 일로만 끝나지 않는다. 미용실에도 레시피와 교육 자료, 매출 숫자가 있다. 동업이나 매장 인수 이야기가 오가면 그것을 보여 주게 된다.
올라플렉스는 비밀유지계약을 맺고도 미국에서 영업비밀을 인정받지 못했다. 핵심 내용은 이미 공개된 특허에서 알 수 있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무엇이 비밀인지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짚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비밀인지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비밀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참고: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문(2021.5.6) · 영국 항소법원 판결문(2019.11.18) · C&EN(미국화학회) 2016, 2018년 기사 · Cosmetics Business(2016, 2019) · Global Cosmetic Industry(2018) · JUVE Patent(2019) · Claims Journal(2019) · Law360(2021) · 전자신문(2016) · Henkel 보도자료(2026) / 사진: 올라플렉스, 로레알 프로페셔널 공식 제품 사진 / 미국 배심원단이 정한 배상액(약 9,130만 달러)과 1심 판결 금액(약 6,617만 달러)이 달라 둘 다 적었다. 로레알이 화학자를 데려가려 했다는 내용과 제품이 닮았다는 내용은 올라플렉스의 주장으로 적었다. 영국 대법원 결정은 올라플렉스 쪽 법무법인 발표에 기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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